[책마을] 'K방역' 찬사 뒤의 사람들

입력 2023-07-14 18:33   수정 2023-07-15 00:42

최근 출간된 <우리의 상처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는 ‘K방역’ 찬사에 밀려 있던 ‘대한민국의 코로나19 팬데믹 초상화’를 그린 책이다. 저자는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부교수 등 연구자 6명이다.

우리가 굳이 과거 풍경을 돌아봐야 할 이유가 있을까. 책은 이렇게 답한다. “미래는 저 멀리서 다가오는 무엇이 아니다. 미래는 과거의 축적이 만들어낸 현재가 밀고 나가는 세계다. 코로나19가 지나간 자리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미래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한 시작은, 팬데믹 시기 우리의 모습이 어떠했는가에 대한 면밀한 검토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누구도 차별하지 않았다. 그러나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인류는 규칙을 정하고 우선순위도 매겼다. 그렇게 울타리를 치면 울타리 바깥의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책이 가장 먼저 주목한 건 이주민이다. 이들은 팬데믹 초기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마스크 지급 등 방역 대책에서 배제됐다. 서울시가 외국인 노동자만 콕 집어 코로나19 검사를 강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가 주한 영국대사 등의 항의를 받고 이틀 만에 철회한 일도 있었다. 경기도는 외국인 노동자 전수검사를 강행했다. 한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 중 외국인만 코로나19에 감염될 리 없는데도 비과학적이고 차별적인 조치를 한 것이다.

이주민들은 백신 정보에 접근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한국 정부는 백신 접종 안내문을 한국어 외 12개 언어로 발표했다. 한국이 고용허가제로 이주노동자를 받는 건 16개 국가에서다. 호주는 백신 접종 정보를 63개 언어로, 미국은 65개 언어로 발표했다.

책은 이주민뿐 아니라 장애인, 비정규직, 아동, 여성 등이 팬데믹과 함께 겪어내야 했던 불평등도 짚는다. 재택수업으로 학교에 가지 못한 학생들은 돌봄공백 상태에 놓였고, 부모의 경제적 상황에 따른 학력 격차가 심화했다. 여성은 직장이 있든 없든 돌봄노동에 내몰렸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에 비해 유급 백신휴가를 사용하지 못한 비율이 높았다.

읽기 참 거북한 책이다. ‘K방역’ ‘방역모범국’이란 단어가 머릿속에 박혀 있는데, 책은 자꾸 그게 전부가 아니라고 해서 눈길이 간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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